갈증멎게하고 열을 내리는 칡 

옛날, 깊은 산, 울창한 숲 속에서 약초를 캐며
혼자 살아가는 한 노인이 있었다.노인은 약초를 캐면서 마을에 아픈 사람이 생기면 고쳐 주기도 했다. 어느 날 노인이 산에서 약초를 캐는데 갑자기 산밑에서 왁자지껄하는 소리와 말발굽 소리가 들렸다.

“아니, 무슨 일이 생겼나?”

노인은 약초 캐던 손을 멈추고 일어나 소리 나는 쪽으로 내려다보았다. 그때 열 다섯 살쯤 되어 보이는 한 소년이 헉헉거리며 달려오다가 노인을 보더니 털썩 꿇어앉았다.    “할아버지, 저를 좀 살려 주십시오. 나쁜 사람들이 저를 죽이려고 쫓아옵니다. 붙잡히면 저는 죽습니다.” “대체 너는 누구냐?”

“저는 이 산 아랫마을에 사는 갈원외라는 사람의 외아들입니다.”“그런데 누가 널 죽이려 한단 말이냐?” “그들은 조정의 간신들인데 저의 아버지가 몰래 군사를 일으켜 반역을 꾀하고 있다고 임금에게 모함을 하였습니다.임금님은 간신들의 말만 믿고 군사들을 보내 저희 가족을 모두 죽이라고 명령하셨습니다 .

그래서 군사들이 저희 집을 포위하고 가족들을 모두 처참하게… 흑흑…” 소년은 슬픔을 참지 못하고 흐느꼈다.“그래서 어떻게 되었느냐?”


“저희 아버지께서 저의 손을 잡고 ‘너는 우리집의 외아들이니 너마저 죽으면 우리 집안의 대가 끊어진다. 너는 꼭 도망쳐서 숨어 있다가 가문을 일으켜 원수를 갚고, 만일 원수를 갚지는 못하더라도가문의 대가 끊기지는 않도록 하여라’고 하셨습니다.” 소년은 잠시 말을 끊었다가 다시 계속했다.

“저는 군사들이 우리 가족들을 한 사람씩 잔인하게 죽일 때에 재빨리 혼자 도망쳐 나왔으나결국 군사들에게 들켰습니다. 저는 있는 힘을 다해 이 산으로 도망쳐 왔습니다.

더 이상 머뭇거릴 시간이 없으니 제발 저를 좀 숨겨 주십시오.”


갈씨 가문은 그 지방 일대의 모든 사람이 아는 충신의 집안이었다. 노인은 그 소년을 구해 주기로 결심했다. “빨리 나를 따라오너라.” 노인은 소년을 데리고 깊고 험한 골짜기로 들어갔다.

거기에는 아무도 모르는 동굴이 하나 있었다.


“이곳은 내가 약초를 캐서 숨겨 두는 곳인데 아는 사람이라고는 나 하나밖에 없다.

여기에 숨어 있으면 안전할 것이다. 군사들이 물러가고 나면 내가 다시 오겠다.”

군사들을 사흘 동안 산속을 샅샅이 뒤졌지만 소년의 그림자조차 찾을 수 없었다.


“산속에 있다고 하더라도 짐승들한테 잡혀 먹혔거나 굶어 죽었을 거야.

이 험한 산속에서 어린 아이가 혼자 어떻게 살겠나. 돌아가자.” 군사들은 모두 한마디씩 하고는 돌아갔다.

군사들이 돌아간 뒤에 노인은 동굴로 갔다.

“얘야, 이제 나오너라. 군사들은 모두 돌아갔다. 너도 이젠 네 갈길로 가거라.”

“할아버지, 가족들은 모두 잡혀 죽었고, 먼 친척들까지도 다 죽인다 하니 저는 갈 곳이 없습니다.

할아버지께서 저를 구해 주셨으니 제가 할아버지를 부모님처럼 모시고 살도록 해 주십시오.

그러면 꼭 은혜를 갚겠습니다.”

“그럼 나하고 같이 살자. 그러나 나는 약초를 캐는 사람이라서 날마다 산을 올라다녀야 한다.

부잣집 아들인 너한테는 견디기 힘든 일이 많을 것이다. 그래도 할 수 있겠느냐?”

“어떤 일이든지 다 하겠습니다.” 그 뒤로 갈원외의 외아들은 노인과 함게 날마다 산을 오르내리며약초를 캐러 다녔다.

노인은 소년을 아들처럼 극진히 사랑했고 소년도 노인을 친아버지처럼 따랐다.


노인은 늘 한 가지 약초를 찾아 온 산을 뒤졌는데

그 약초의 뿌리는 열이 나거나 갈증이 나고 설사가 나는 데 효과가 있었다.

세월이 흘러 여러 해 뒤에 노인은 세상을 떠났다.

소년은 이제 장성하였고 혼자 약초를 캐러 다녔다. 그리고 그 동안 노인한테 배운 의술로 많은 병자를 고쳤다.

그러나 그때까지 많은 사람들의 병을 고쳐 준 약초의 이름을 몰랐으므로 누가 물어도 대답을 못했다.


“그 신기한 약초의 이름이 무엇입니까?”

“글쎄요, 이름을 모르겠습니다.” 어느날, 그는 자신의 처지를 생각하고 있다가 좋은 생각이 떠올랐다.

“그래 이 약초의 이름을 내 성을 따서 갈근이라고 부르자.”

갈근(葛根)은 갈씨 집안의 한가닥 뿌리라는 뜻이며 그 뒤로 그 약초는 갈근이라고 부르게 되었다.

갈근은 곧 칡 뿌리를 가리킨다.


칡은 콩과에 딸린 여러해살이 덩굴나무이다.

우리나라 각지의 산 양지 쪽이나 골짜기 같은데 흔히 자란다.

줄기는 길이 6~10미터쯤 자라고 잎은 큼지막한 달걀 꼴이며

8월에 좋은 향기가 나는 보라색 꽃이 피어 가을철에 꼬투리 열매가 익는다.

뿌리는 굵고 살이 쪘으며 녹말이 많이 들어 있다.

녹말을 뽑아 내어 국수나 떡을 만들어 먹고 줄기에서 섬유질을 뽑아내어 청올치라 하여 갈포(葛布)의 원료로도 쓴다.

어린순으로 나물을 해 먹기도 하고 쌀과 섞어 칡밥을 지어서도 먹는다.


뿌리에서 즙을 짜서도 먹고 잎을 말려 차로 만들기도 하며 어린순을 꺾어 말려서 ‘갈용’이라 하여

몸의 원기를 돋우는 약으로 쓰기도 한다.

갈용에는 식물 성장을 촉진하는 물질이 많이 들어 있어서 사람의 양기를 세게 하는 데에도 큰 효험이 있다고 한다.

어린순을 항아리에 흑설탕과 버무려 넣고 1년 동안 숙성시키면 맛있는 음료가 된다.

이 음료는 변비, 고혈압, 당뇨병 등에 효과가 뛰어나고 어린이들의 성장 발육에 큰 효과가 높다고 한다.


칡 뿌리는 감기, 머리 아픈 데, 땀이 잘 나지 않고 가슴이 답답하고 갈증이 나는 데, 당뇨병, 설사, 이질등에 약으로 쓴다. 칡꽃은 열을 내리고 가래를 잘 나오게 하며 술독을 푸는 데 쓴다. 또 대장염이나 악성 종양에 쓰기도 한다.


<동의보감>에는 칡 뿌리의 약성에 대해 이렇게 적혀 있다.

“성질은 평하고 서늘하다고도 한다. 맛이 달며 독이 없다. 풍한으로 머리가 아픈 것을 낫게 하며 땀이 나게 하여 표(表)를 풀어 주고 땀구멍을 열어 주며 술독을 푼다. 번갈을 멈추며 입맛을 좋게 하고 소화를 잘되게 하며

가슴에 열을 없애고 소장을 잘 통하게 하며 쇠붙이에 다친 것을 낫게 한다.

족양명경에 들어가는 약이다 족양명경에 들어가서 진액이 생기게 하고 갈증을 멎게 한다. 허해서 나는 갈증은 칡 뿌리가 아니면 멈출 수 없다. 술로 인해서 생긴 병이나 갈증에 쓰면 아주 좋다. 또 온학(溫木西)과 소갈(逍曷)을 치료한다.”


칡 뿌리의 약리작용에 대해 <약초의 성분과 이용>이라는 책에는 이렇게 적혔다.

“온열중추를 자극한 집토끼에게 뿌리 가루를 15g/kg 먹이면 뚜렷한 열내림작용이 있으면서도 다른 특별한 변화는 없다. 뿌리를 우린 액, 달인 약, 알코올 추출액도 이러한 작용이 있으나 물 추출액에서 세다. 열내림 작용은 합성 열내림 약보다 늦게 나타나지만 오래 지속된다. 또한 같은 작용량의 16배를 써도 열내림작용에서 큰 변화가 없으며 심장, 혈압, 호흡에는 부작용이 없다. 정상 집토끼에서는 혈당량을 늘리고 간장 글리코겐 양을 늘리지만 근육 글리코겐 양에서는 뚜렷한 변화가 없다. 굶긴 집토끼에서는 간에서뿐만 아니라 근육에서도 글리코겐 양이 많아진다.


뿌리의 이소플라본 화합물은 신경작용이 있다. 특히 이 작용은 다이드제인이라는 성분에서 세게 나타난다.나이드제인은 편두통, 고혈압, 협심증 등의 여러 가지 대사부전증에 써 본 결과 심장의 혈관을 확장하여70~80퍼센트의 환자들에게 치료 효과가 있었다. 그리하여 다이트제인은 고혈압, 편두통, 협심증에 쓴다.뿌리에는 다이드제인의 진경작용에 길함하는 물질이 있다. 즉 활평근 장기를 세게 수축시키는 물질이 있다. 잎과 꽃에 있는 로비닌은 오줌 내리기 작용, 특히 핏속의 잔여 질소량을 줄이는 작용을 한다.

총 플라보노이드는 혈압을 낮추고 뇌혈관 및 관상동맥의 피흐름량을 높인다.


그리고 심근의 산소 소비량을 낮추고 핏속 산소 공급량을 높인다.”

칡은 가을이나 봄에 뿌리를 캐서 물로 씻어 그늘에 말렸다가 잘게 썰어서 쓴다.

칡은 70퍼센트쯤이 물로 피어 있으나 그 밖에 당분, 섬유질, 단백질, 철분, 인, 비타민 등이 골고루 들어 있고 다이드제인, 다이드진 등 열을 내리고 머리 아픈 것을 낫게 하고 혈압을 낮추는 성분들이 들어 있다.


칡은 생명력이 몹시 질긴 식물이다. 굵고 질긴 뿌리가 땅속을 깊이 파고 드는데,

여간한 노력을 기울이지 않고서는 캐낼 수가 없다.

요즈음에는 포크레인을 동원하거나 특별히 만든 도구를 써서 칡 뿌리를 뽑아 올린다.

칡은 땅속에서 물을 빨아들여 굵은 몸통 속에 저장한다. 그래서 사람의 몸 속에서도 설사를 멎게 하는 작용을 한다. 땀으로 물기를 내보내고 열을 내려 열병으로 인한 병을 낫게 하는 것이다. 칡은 이것 한 가지만으로도 당뇨병, 부종, 설사, 황달, 술독, 고혈압, 두통, 협심증 등에 좋은 효험을 볼 때가 많다.
 

칡을 갖가지 질병에 이용하는 방법을 몇 가지 소개한다.


■ 당뇨병 칡 뿌리 120그램에 물 반 되(900밀리리터)를 붓고 반으로 줄어들 때까지

약한 불로 달여서 하루 세 번에 나누어 마신다. 오래 복용하면 상당한 효험이 있다.


■ 부종 칡 뿌리 200그램에 물 1되를 붇고 물이 3분의 1이 되도록 달여서 하루 3번 밥먹은 뒤에 마신다.

3~5일 계속하면 효과가 있다.


■ 고혈압, 협심증 가을에 칡 뿌리를 캐서 잘게 썰어 그늘에서 말려서 하루 10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절반이 되게 달여서 그 물을 조금씩 수시로 마신다. 오래 복용하면 심장이 튼튼해지고 혈압이 안정된다.


■ 알코올 중독 칡 뿌리를 날것으로 생즙을 내서 한번에 한잔씩 하루 세 번 밥먹기 전에 마신다. 1

5일쯤 복용하면 술독이 깨끗하게 풀린다.


■ 황달 칡 뿌리를 잘게 썰어 말린 것 80~120그램을 물로 달여서 하루 3~4번에 나누어 마신다.


■ 불면증 칡을 날것으로 즙을 내어 한잔씩 잠자기 전에 마신다.


■ 구토, 구역질 칡 뿌리를 즙을 내어 한번에 한잔씩 마시거나 칡 뿌리 200그램에 물 반 되를 붓고

3분의 1로 줄어들 때까지 달여서 하루 세 번 밥먹기 전에 먹는다. 칡 뿌리는 성질이 차가우므로 몸이 찬 사람, 곧 소음이나 태음체질인 사람이 오래 복용하면 좋지 않다. 칡은 소양체질인 사람, 몸에 열이 많은 사람에게 좋은 식품이자 보약이다. 

                                               (글/ 한국토종약초연구소 회장 최진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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